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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 잠자는 숲속의 미녀(김채리 이승현)  
 
송종건  
 
2012-04-11  
 
< 유니버설발레단 - 잠자는 숲속의 미녀 >

‘정통 클래식발레의 교과서’라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이 지난 4월 7일(오후 3시 공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예 주역 김채리 이승현 등이 마치 100년 전 왕실의 화려한 보석함을 열어 객석의 관객을 초대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 같던 이날 공연은, 공연 내내 환상적인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6년 만에 공연한다는 이 작품은 아직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에 속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평자는 공연을 보면서 계속 “내가 언제 다시 이 소중한 작품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빠져 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발레단도 가능하면 빨리 이 작품을 레퍼토리에 포함시켜, 세계적 발레단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으면 한다.

막이 오르고 오로라 공주 탄생 축하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카라보스와 일행이 나타나 ‘초대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카라보스의 저주가 이루어진 다음 중간막이 오르고, 이제 16살이 된 오로라 공주의 생일파티 장면이 나타난다. 황금빛이 눈부신 궁전에서 24명의 남녀 군무들이 고풍어림 느낌이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린 발레무용수 10여명이 합세하여 약 40여명이 함께 이루는 입체적인 안무의 군무가 보석같이 찬란한 빛을 내며 우아하게 이루어져 객석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드디어 오로라 공주(김채리)가 나타난다. 탄력 있는 움직임을 이루는데, 움직임에 좀 더 서정적 느낌을 더 담았으면 한다. 청혼을 하러온 4명의 왕자와 ‘로즈 아다지오’를 이룬다.

4명의 왕자가 번갈아가며 아라베스크 포즈의 공주를 부축하는데, 이들의 움직임들은 마치 보석함 속에 저장된 인물들이 태엽을 틀어주니 움직이는 것 같이 정말 맑고 우아한 자태의 움직임들이다. 화사한 표정의 오로라 공주 김채리의 느린 독무가 잠시 깨끗하게 이루어지는데, 가끔씩 움직임이 평범해지는 것은 줄여나가, 아름다움의 긴장감을 더 팽팽히 이어나갔으면 한다.

모두가 행복한 순간에 카라보스가 나타나 오로라 공주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그 속에 있던 바늘에 찔린 공주가 쓰러져 간다. 모두 슬퍼하는데, 카라보스 일행만 기쁨에 넘치고, 라일락 요정과 12명의 군무들이 정숙한 움직임과 환상적인 이미지를 이루는 가운데, 궁전의 모두는 라일락 요정이 이루는 마법의 힘으로 100년간의 깊은 잠에 빠져든다.

전통 유럽 의상과 모자를 기품 있게 갖춘 귀족들이 나타나고, 데지레 왕자(이승현)도 함께 들어선다. 활을 던져 과녁을 맞히는 게임을 하는데, 다른 신하들은 엉망으로 던지고, 왕자 혼자 좁은 과녁의 정 중앙을 맞추자 객석에서 웃음소리 들린다. 모두 사라지고 왕자 혼자 깊은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무대 좌우에서 요정들이 등장해 도열하고 오로라 공주도 나타난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 놓는 환상적인 이미지의 앙상블 라인은 또 정통 클래식발레의 원본을 보여준다. 드디어 왕자가 카라보스 일행을 무찌르고, 숲속의 궁전에 도착한다. 잠이 든 공주에게 키스를 하자, 공주가 100년의 깊은 잠에서 상쾌하게 깨어난다. 두 번째 인터미션 후 이루어진 제3막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우선 공주 등의 의상의 끝 부분을 잡고 따라 나오는 꼬마들의 앙증스러운 모습이 압권이다.

이들은 지금 자신의 무대 위에서 역할을 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자신들의 모습이 객석에 얼마나 순수하고 예쁘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있을까? 궁전의 밤의 불이 밝혀지고 다섯 요정들의 청순한 독무들이 이루어진다. 보랏빛 튀튀의 라일락 요정의 동선이 큰 움직임도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드디어 맑은 플루트의 음향과 함께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가 이루는 ‘파랑새 파드되’가 이루어진다.

환상적인 목관악기의 울부짐 속에서 푸른 의상의 두 명이 함께 객석의 가슴을 뛰게 하는 파랑새의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함께 무대 좌측 전방에서 완벽한 마무리 포즈를 이루자 객석의 큰 박수가 이루어진다. 다시 파랑새가 허공을 힘차게 뛰어오르고 깨끗한 앙트루샤 동작을 반복한 후 착지하자 객석에서 또 큰 박수가 흐른다.

여자의 빠른 움직임이 있은 다음 다시 파랑새가 허공을 부드럽고 강인한 가브리올 동작으로 치고 나간 후 마무리하며, 클래식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가장 중요한 베리에이션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있다. 고양이와 늑대 등이 나오는 2인무들이 이어진 다음, 드디어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그랑파드되가 이루어진다.

기품 있는 자태의 김채리와 완벽한 귀공자 스타일의 이승현이 함께 깨끗한 흰 빛의 의상을 입고, 최승한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음향에 맞추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이들이 깊고 높게 이루는 완벽한 피쉬다이버 3회 반복 동작은 객석에 깊은 감동의 전율을 던지고 있었다.

이들이 이날 함께 이룬 피쉬다이버의 완벽한 입체적 라인은, 마치 ‘인간 신체 표현의 극한점이 바로 이것이다’라는 것을 보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첫 날 공연(4월 5일 공연)에서 강예나 이현준 커플은 이 3회 반복 피쉬다이버 동작을 완결시키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 정말 아쉬웠다. 다시 이승현이 독무에서 이루는 허공회전 움직임도 탄탄하기만 하다.

힘찬 역회전 그랑주떼가 이루어지고 정확한 착지가 있다. 이날 이승현은 품위 있는 움직임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는데, 아직도 무대 공간을 좀 더 풍요롭게 채우는 모습은 보완했으면 했다. 다시 김채리가 두 손을 허공에 예쁘게 뒤집은 포즈로 깨끗한 아다지오 움직임을 이루며 청순한 오로라 공주가 되어 있다.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가 보석처럼 찬란한 피쉬다이버 움직임을 다시 이루며 마무리되던 이번 공연은 전통 클래식발레의 품위를 현 시대 무대에서 빛내고 있던 명품 클래식발레 공연이었다. 군무들이 이루는 움직임과 이미지에서 기품이 넘쳐흐르고 있었으며, 벌써 의상과 무대장치 그 자체에서 고풍 찬란한 명품의 느낌이 넘치고 있었다.

옥에 티를 지적하자면, 왕자가 공주의 잠을 깨우는 키스신이 좀 더 여유로운 타이밍으로 이루어졌으면 했다는 것이다. 갈색 톤의 금빛 찬란한 무대 장치와 배경 앞에서 정통 클래식발레의 아름다움과 환상을 마음껏 펼치고 있던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은, 세계적 발레단으로서 유니버설발레단 고유의 예술적 정체성까지 명쾌히 보이던 매혹적인 명품 클래식발레 공연이었다.(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blog.chosun.com/sjkd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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